예수님을 만난 여인들
수많은 그림들 가운데 종교와 관련한 그림을 감상하는 느낌은, 일반 그림들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성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하고 장엄하며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성화도 그러하며, 독자들이 상상하는 성화에 대한 선입견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헨드릭 헥터 지미라즈키(Henryk Hector Siemiradzki, 폴란드, 1843-1902)의 아래 그림은
기독교와 관련한 다른 성화들처럼 신비하거나 성스러운 분위기의 그림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신격화하거나 미화하여 그린 그런 종류의 성화가 절대 아닙니다.
인간 예수의 일상을 묘사한 종교화
즉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수의 죽음이나 부활, 탄생과 같은 신비한 그림도 아닙니다.
이적이나 병고침, 비유에 관한 이야기들처럼, 많이 알려진 내용의 일반적인 그런 작품도 아닙니다.
단지 인간 예수로서 살아가는 삶의 하루 가운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오늘 감상할 지미라즈키의 그림은 우리에게도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미술사에도 등장하지 않을 만큼, 그에 대한 소개나 설명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마리아와 예수"에 대한 베르메르와 지미라즈키의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한 기사를 접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익숙할 것입니다.
또한 지미라즈키는 폴란드에서는 예수의 일상을 담은 그의 그림뿐만 아니라, 성경의 역사를 그린 종교화와 풍경화, 초상화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지미라즈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아래 세 그림의 배경이 되는
성경책의 내용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지미라즈키의 그림과 글은 Wikipedia와 Olga's Gallery, Art Renewal Center,
아름다운 미술관을 참고 하였으며, 영문은 번역, 정리한 것입니다.
함께 읽고 감상하면서 평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고전주의 화가, 지미라즈키
오늘의 작가 지미라즈키는 특별히 고대 그레꼬 로마 양식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시절과 청소년기를 러시아, 카키프(Kharkiv)에서 보냈으며, 고등학교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했으며, 1864년 카키프대학 자연과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그림공부를 계속했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적인 고전주의(classicism)를 고수하면서 어렵게 일하며 공부를 마쳤습니다. 그 후 1871년까지 뮌헨과 로마에서 유학하였으며, 이때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는 폴란드의 국립박물관과 모스크바의 국립역사박물관에서 일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으로, 모스크바 성당(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에서 작업했을 때
남긴 프레스코(fresco, 갓 바른 회벽 위에 수채로 그리는 방법) 화법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와 로마에서도 전시회도 가졌으며, 판매된 그림값을 국가에 기부하는 애국자였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그림들은, 그의 고향에 있는 박물관(Juliusz Słowacki theatre)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1902년에 스트잘코보(Strzalkowo)에서 눈을 감았으며, 이 때 바르샤바(Warsaw)에 매장되었다가, 나중에 국가에 의해 그의 고향인 카르코프로 옮겨졌습니다.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 하는 동네에 이르시니 야곱이 그 아들 요셉에게 준 땅이 가깝고, 거기 또 야곱의 우물이 있더라
예수께서 길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 곁에 그대로 앉으시니 때가 여섯 시쯤 되었더라.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러라.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러라.
▲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1890. Oil on canvas.
The Lvov Picture Gallery, Lvov ⓒ Siemiradzki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여자가 이르되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여자가 이르되, "주여 그런 물을 내게 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여자가 이르되 "주여 내가 보니 선지자로소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 세부그림(Christ and the Samaritan Woman, Detail), 1890, Oil on canvas, The Lvov Picture Gallery, Lvov, Ukraine ⓒ Siemiradzki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위 성경내용의 저자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예수가 사랑했던 제자 사도요한입니다.
푸른빛 채색으로 일상을 강조
위 그림은 요한이 기술한 에피소드를 지미라즈키가 상상하여 그린 삽화같은 작품입니다.
사마리아를 통과하여 갈릴리로 가던 길에,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가고, 예수는 '야곱의 우물'가에서 쉬다가 '수가'라는 여인을 발견합니다.
이 짧은 얘기의 한 장면을 요한은 저술하였고, 그 이야기를 읽은 지미라즈키는 상상하여 한 순간의 그림으로 그려냈던 것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큰 우물 주변을 아주 오래된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또한 화가가 옆에서 바로보는 듯한 낮은 시각으로 처리하여,
▲ 그리스도와 죄인, 막달라인 마리아와의 첫 만남(Christ and Sinner, The First Meeting of Christ and Mary Magdalene), 1873, Oil on canvas,
Th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 Siemiradzki
병고침을 받은 막달라인 마리아
그 후에 예수께서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고,

▲ 그리스도와 죄인, 막달라인 마리아와의 첫 만남 세부그림(Christ and Sinner, The First Meeting of Christ and Mary Magdalene, detail), 1873, Oil on canvas,
Th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 Siemiradzki
이 그림의 배경을 기술한 저자 역시,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누가입니다.
은색 계열로 통일하여 차분한 일상을 강조
막달라 마리아는 귀신들린 마리아로, 예수가 귀신을 쫓아 그 병을 고쳐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위 두 그림이 그렇게 첫 만남을 갖는 이야기 가운데 한 순간을 포착하여 화폭에 담아낸 그림입니다.
우선 화가는 둘레가 제법 큰 기둥으로 받혀진 건물 지붕의 처마와 아름드리의 오래된 나무를 뒷 배경으로 배치하였습니다.
맨 위 첫 두 그림들과 같이 위 두 그림에서도, 화가는 부드럽고 약한 빛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886. Oil on canvas.
Th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 Siemiradzki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마리아
저희가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촌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예수께 나아가 가로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시나이까. 저에게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in the House of Martha and Mary), 1886. Oil on canvas.
Th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Russia ⓒ Siemiradzki
어두운 명암으로 편안한 일상을 강조
두 자매가 종종 예수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맨 위 그림에서 우물가의 수가라는 사마리아 여인이나 바로 위 마리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모두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특히 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예수의 손동작이나 의상이 무척 자유로워보입니다.
그늘로 드리워진 어두운 빛의 음영이 눈을 편안하게 하며 낮은 명암이 무척 부드럽습니다.
또 은은한 은회색빛 채색으로 통일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평안하게 강조하였습니다.
오히려 다소 가라앉은 듯 차분한 일상입니다.
평소에 보는 각도와 시각을 기준으로 독자가 보기에도 거부감없는 일상으로 표현하였으며,
여백을 남겨둔 여유로운 구성으로 일상의 자연스러운 정취를 잘 자아낸 작품입니다.
고전주의 화풍으로 예수의 일상의 평화로움 강조
이상에서 감상한 바와 같이, 그의 그림에는 신념처럼 고수해온, 이성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고전주의 색채가 짙게 베어있습니다.
그 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세 그림이 모두 통일된 사실성을 보여준 것처럼, 고대 로마 형식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통일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첫 째, 빛의 명암을 들 수 있는데, 그늘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주는 어둡고 낮은 명암이 그렇습니다.
세 그림 모두에서 차분한 조명으로 편안한 일상을 강조합니다.
둘 째, 채색을 통일하였는데, 화폭 전체에 은푸른빛이나 은회색의 밝은 색채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통일함으로써 차분하고 평범한 일상을 강조하였습니다.
셋 째, 전체적인 구성을 비슷하게 통일하였습니다. 세 그림 모두 뒷 배경으로 아름드리 고목나무와 큰 집이나 건물이 등장합니다.
각 주인공들은 그 앞 나무 아래 배치하여 위 세 이야기의 상황과 조건을 통일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독자는 한 날 한 시에 이루어진 세 사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지미라즈키는 이런 일관된 표현 기법과 색채의 사용, 그리고 화폭의 구성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일상의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출처 : blog.ohmynews.com/sophiako